2016. 10. 11. 19:00ㆍ베리언니 화장대
뷰티 업계 사람들은 암암리에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차마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던 각종 말, 말, 말. 그 중 몇 개만 살짝 공개합니다.
목걸이는 마위 바이 반자크 (Mawi by Bbanzzac).
목걸이는 마위 바이 반자크(Mawi by Bbanzzac).
협업이 너무해
미키 마우스부터 신데렐라, 무민, 가필드, 짱구까지 화장품 브랜드의 협업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눈은 즐거워졌지만 브랜드의 부담은 더 커졌다. 인기 있는 캐릭터는 한정되어 있는데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캐릭터 라이선스 비용이 점점 더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비용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무려 제품 판매가의 1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런데 문제는 라이선스 비용이 추가로 드는 협업 제품이라고 해도 제품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쿠션 팩트를 좋아하는 캐릭터가 패키지에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훨씬 더 높은 가격에 구입할 소비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손해가 되는 협업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도 브랜드 입장에서는 인지도 제고 및 입소문 양산을 위해 협업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한마디로 울며 겨자 먹기인 셈이다. 이미 나올 만한 캐릭터는 다 등장한 지금 가장 경쟁이 치열한 캐릭터는 바로 피카추라고 한다. 가장 핫한 캐릭터이자, 아직 협업 제품으로 등장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캐릭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브랜드가 계약에 성공했다고 하니, 곧 피카추가 그려진 화장품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왜 광고의 그 색깔이 안 나오죠?
광고 컷에서는 모델의 입술색이 분명 진한 마젠타 핑크였는데, 실제로 발라보면 애매한 핑크색? 물론 사람마다 피부색, 입술색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컬러도 다르게 발색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공공연한 비밀은 따로 있다. 발색을 높이기 위해 혹은 광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제품에 비슷한 색깔의 색염료를 섞어 바르거나, 제품을 바른 위에 글로스를 추가로 얹는 등 추가 작업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립글로스를 촬영할 때는 색이 더 선명하고 예뻐 보이게 하기 위해 립글로스를 바르기 전 비슷한 컬러의 틴트로 입술을 미리 물들이는 것도 광고 촬영 현장의 팁. 같은 립스틱이라도 내가 바르면 살짝 매트한데 광고 컷에서는 매끈 촉촉해 보인다면? 촬영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처럼 립스틱을 살짝 덜어 손등에서 완전히 녹인 다음 입술에 바르면 된다. 과거에는 국내 화장품 광고 촬영장에 해당 브랜드 제품 대신 ‘맥이나 나스처럼 발색이 좋은 제품만 깔려 있더라’는 소문이 정설이었던 것과 달리, 몇 년 전부터는 해당 브랜드 제품으로 메이크업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국내 브랜드 컬러 제품의 발색뿐 아니라 색감 자체가 해외 브랜드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해졌기 때문이다.
젖살 빠졌어요?
몇 년 전 몸매 좋기로 유명한 한 걸그룹 멤버를 촬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촬영장에서 만난 그녀는 촬영용 의상이 전혀 맞지 않을 정도로 살이 찐 상태. 체형에 맞는 옷을 찾아내느라 꽤나 애를 먹어야 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후 컴백한 그녀를 보니, 또다시 완벽한 몸매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완전히 고무줄 몸무게였던 셈이다. 그간 이렇게 컴백 전 혹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살을 쫙 빼고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의 단골 멘트는 바로 젖살이 이제야 빠졌다는 것이다. 물론 혹독한 걸그룹 다이어트 도시락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시술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선미를 강조한 모 걸그룹의 멤버들은 모두 종아리에 근육퇴축술(알이 배지 않도록 종아리의 근육을 절제하는 시술)을 받아 뛰지 못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한참이나 돌았고, 최근 갑자기 슬림해진 몸매로 등장한 여배우 A양은 청담동의 체형 교정 클리닉을 몇 달간 열심히 다닌 걸로 유명하다. 그녀가 받은 것은 지방을 분해하는 체외충격파와 고주파 시술. 해외 스케줄 중에도 이 클리닉에 가기 위해 일정이 없는 틈을 이용해 한국에 잠시 다녀갔을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통통하던 몸매는 이제 말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늘어졌다. 경락 마사지로 유명한 청담동의 스파숍에 가면 지금 옆방에 톱스타 누구누구가 마사지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여러 번 .얼굴이나 보디 라인에 자잘하게 시술 칵테일 주사를 놓아 티 안 나게 윤곽을 잡아주는 것으로 유명한 압구정의 클리닉은 아예 연예인을 위해 일주일 중 하루를 휴무로 지정해놓고 연예인 손님만 받기도 한다. 걸그룹이 다이어트를 할 때 주로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잠실의 한 피부과 역시 점심시간은 연예인 전용 타임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시술 사랑이 남자 연예인에게도 해당된다는 사실! 실제로 톱 중의 톱인 모 남자 배우는 자신이 병원을 방문하는 시간대에 병원을 통째로 비워달라고 요구하여 병원 관계자를 곤란하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패한 제형, 성공한 제형
지금 쓰고 있는 이 화장품이 사실은 제품 연구실에서는 실패작으로 분류된 제형이라면? 늘 새롭고 재미있는 콘셉트를 쫓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화장품 개발 업체들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실패작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중 최근 몇 년 사이 신기한 모양, 질감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A 제형 역시 이 실패작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가? 화장품 성분을 가열, 냉각하며 가공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자잘한 몽오리가 생겨났는데, 이는 제품의 효능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부드럽고 매끈한 제형을 기본으로 여기는 화장품 업계의 상식선에서 보자면 완전히 실패한 불안정한 제형이었다. 그런데 이를 우연히 발견한 모 브랜드 담당자가 이 제형을 신제품에 적용하고 여기에 몽글한 덩어리가 피부에 닿으면 스르르 녹는다는 재미있는 콘셉트까지 더해서 마케팅했다. 그게 소위 대박이 난 것! 이를 시작으로 이 제형을 담은 수많은 아류 제품이 등장했다. 덕분에 화장품 연구원들 사이에 ‘실패한 제형도 다시 보자’는 유행어가 생겼을 정도란다.
연예인은 정말 자신이 광고하는 브랜드 제품만 쓰나?
A 브랜드 모델인 여배우 B양은 사실 C 브랜드 마니아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비공개 SNS 계정의 프로필 사진에 자신이 좋아하는 타 브랜드 제품을 올려두었다가, 그 사진이 유출되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국내외 브랜드뿐 아니라 인터넷 전용 브랜드까지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예쁘다 싶은 여자 연예인치고 화장품 모델이 아닌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녀들은 정말 다 자신이 광고하는 브랜드 제품만 쓸까? 연예인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에게 물어보면, 베이스 제품 등은 자신의 피부에 맞는 타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컬러감이 도드라지는 립스틱이나 블러셔 등 색조 제품은 되도록 광고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잡지나 TV뿐 아니라 각종 온라인 매체까지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하우투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다른 제품을 썼다가는 네티즌의 수사망에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와의 계약상, 평소 그녀가 사용하는 모든 화장품은 해당 광고 브랜드 제품으로 언론에 노출되어야 한다. D 브랜드 모델인 E양을 주로 담당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F 브랜드 제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E양을 메이크업할 때 F 브랜드 제품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잡지와 방송에서 인터뷰한 것을 계기로 F 브랜드 제품이 E양 화장품으로 알려져 불티나게 팔렸다. 정작 광고 브랜드인 D 브랜드는 E양 광고 효과를 F 브랜드에 뺏긴 셈.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인터뷰 하나 때문에 울고 웃는 브랜드가 생긴 것이다. 메이크업에 어떤 제품을 사용할 것인가는 연예인 자신보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알아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의가 무서워
치약과 핸드크림으로 유명한 모 브랜드는 한국 론칭 시 그 판매 리스트에서 치약을 뺐다. 치약이 의약품으로 분리되어 화장품 매장에서 판매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입 절차도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비단 이 브랜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해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나 약국 브랜드에서는 페이스나 보디 용품 외에도 차나 건강 보조제 등이 유명한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는 들여올 수 없다. 한국 식약처에 등재되지 않은 성분이나 효능을 가진 화장품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 수입해올 수는 있지만 그 효능을 기재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고 해도 평범한 제품으로 평가 절하되기 일쑤다. 탈모 개선 효과로 외국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한 모 헤어 브랜드 제품의 경우, 한국 식약처의 규정상 탈모 개선 효과를 내세울 수 없어 평범한 모발 영양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 홍보 담당자들은 이런 효능을 공식적으로는 홍보할 수 없기 때문에, 테스터의 품평 등을 이용해 그 효과를 간접적으로 알릴 수밖에 없다. 제품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명시한 애칭을 퍼트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백 효과가 있는 제품이라도 한국 식약처가 규정하고 있는 미백 기능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면, 제품에 ‘화이트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화이트닝과 유사한 느낌의 ‘브라이트닝’이나 ‘블루밍’ 등의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의 화장품은 아예 식약처의 기준에 맞춰 생산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외국에서 개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이렇게 심의가 발목을 잡기도 하는 것이다.
리터치, 어디까지 해봤니?
SNS의 시대다. 화보 컷 하나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수십 년 전 증명사진이 이슈로 떠오르는 요즘, 잘못 나온 사진이 두고두고 스타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촬영 후 스타들의 리터치 요구 사항도 깐깐해졌다. 물론 리터치까지는 관여지 않은 연예인도 많지만, 자신이 유난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급격히 살이 찐 A양은 모 화보 촬영장에서 모든 셀렉트 컷의 리터치 확인을 요구해왔다. 그녀가 특히 예민하게 체크한 것은 후덕한 턱선. 그런데 문제는 턱선을 포토샵으로 날렵하게 만들면 그녀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져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고, 턱 선을 티 안 날 정도로 살짝 정돈하면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것. 수없이 리터치를 반복한 후에야 겨우 완성 컷을 실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여배우 B양은 촬영 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완성해준 메이크업을 물티슈로 지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메이크업을 더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팬들이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은 화장 안 한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진한 화장으로 등장한 화보 컷으로 팬들의 지탄을 수차례 받은 터라 메이크업이 조금이라도 진해질까 철저하게 체크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모든 화보나 방송에서 늘 같은 이미지를 선보였던 이유. 결국 그 화보에서도 그녀는 평소와 똑같은 메이크업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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