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3. 18:02ㆍ건강하게 날씬하게
“2년 전쯤 여섯달 만에 20㎏을 감량한 적이 있어요. 일단 저녁은 굶다시피 하고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 등 먹는 것을 줄였고 운동도 걷기 등을 많이 했습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기는 했는데, 잠시 방심했더니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아 다시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 다니는 박아무개(40)씨는 2년여 전에 6개월에 걸쳐 몸무게 감량에 도전해 96㎏에서 76㎏으로 줄인 경험이 있습니다. 키가 176㎝였는데, 스스로 75~76㎏이 적절하다고 여기고 목표치에 도달하자 더 줄이지는 않았습니다. 박씨는 “대학 1학년 때만 해도 60㎏대 초반으로 축구 등 운동을 하면 날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때 수준으로 다시 줄여볼까도 생각했지만 나이 들어 너무 살을 빼면 늙어 보인다는 얘기에 그 정도에서 멈췄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몸무게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부터입니다. 일하는 시간에는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데다 야근도 잦았습니다. 야근 때는 주변 동료들과 피자, 치킨 등을 시켜 먹으면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또 야근이 없는 날에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곧잘 술자리를 찾았습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렇게 지내면서 주말에는 테니스나 등산 등을 했기 때문에 몸무게는 2~3㎏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결혼 뒤에 아이를 기르면서 운동은 덜 하게 되고, 먹는 양은 더 늘어났습니다. 직장에서도 술자리가 더 늘어났습니다. 박씨는 “직장 경력이 쌓이면서 점차 스트레스를 받는지 야근할 때 먹는 양도 더 늘어났다”며 “4~5년 사이에 15㎏ 이상 몸무게가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비만 환자의 허리둘레를 재는 모습. 남성은 90㎝, 여성은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분류된다. 서울백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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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쯤 됐을 때 건강검진에서 비만에 해당된다는 설명을 받고도 그는 그리 놀라지 않았습니다. 비만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일 때를 말합니다. 또는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복부비만으로 진단하기도 하는데요. 남성은 90㎝ 이상 여성은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씨의 경우 이미 이전에 산 바지의 허리둘레가 맞지 않게 됐는데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는 “몸무게 10㎏ 정도야 금방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배 나왔다’고 놀릴 때도 ‘금방 예전 몸매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과장 승진을 앞두고 있는데다 마침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운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다시 잦은 야근 생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지내니 대학 1학년 때인 15~16년 전보다 25㎏이 불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30대 후반이었는데도 혈액검사에서 고지혈증이 진단됐고, 초음파 검사에서는 지방간 소견이 나왔습니다. 고지혈증은 핏속에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높게 나오는 것으로, 이 상태가 계속되면 동맥경화가 생기면서 동맥이 좁아지게 됩니다. 이후 뇌혈관이나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자칫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세포에 지방이 차 있는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이 지방간은 술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요즘은 비만이 더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감소 추세이고 비만 등이 이유인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술을 많이 마셔 지방간이 돼 병원을 찾은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지난해 3만3903명으로 2011년의 4만3734명에서 22%가량 줄었습니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1년 1만3429명에서 2015년 2만8865명으로 2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강재헌 교수는 “비만 환자 상당수는 지방간을 가지고 있다. 남아도는 열량이 중성지방의 형태로 간에 쌓이기 때문이다. 비만 때문에 온 지방간은 비만이 치료되면 같이 치료된다”고 설명합니다.
강재헌 인제대 가정의학과 교수가 비만으로 진단된 한 환자의 몸속 지방량 등을 분석하기 위한 검사를 하고 있다. 서울백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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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다행히 고혈압이나 당뇨는 해당 사항이 없었습니다. 박씨는 “지방간과 고지혈증에 해당된다는 말을 듣고는 사실 믿기지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그 당시 무릎 관절에서도 다소 통증이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운동할 때 무릎 관절이 다소 아팠는데 그냥 운동을 많이 해서 그렇겠지 하고 넘겼다. 몸무게가 크게 늘어나 생길 수 있는 통증임은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30대때 비만 달고 산 40살 박씨
2년전엔 96㎏으로 정점 찍어
지방간·고지혈증 합병증도 진단
약과 수술은 부작용 있다는 말에
식사 조절과 금주, 운동 여섯달
20㎏ 감량 성공했지만…
이직뒤 술자리 등 겹쳐 ‘원위치’
“잠깐 방심하면 몸무게 확 늘어
이번에도 약 도움없이 뺄겁니다”
사실 비만은 그 자체로 특별한 증상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몸매가 망가지거나 움직이는 데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주변으로부터 놀림감이 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당장 나타나지는 않지만 비만이 지속되면 각종 합병증에 시달린다는 사실입니다. 최영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이 되면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물론이고 뇌졸중이나 심장질환과 같은 중병과 함께 유방암, 대장암, 자궁암 등 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며 “여기에 무릎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이나 위식도 역류 등 소화기계 질환에도 더 취약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비만은 물론 고지혈증과 지방간까지 나왔다며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살 빼는 약에 대한 이야기도 주변에서 많이 하고 고지혈증 관리를 위해 치료제를 먹는다는 사람들도 많던데 약을 처방받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예전 박씨의 몸매를 대충 기억하고 있기에 20㎏이 불은 모습은 상상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만 비만 치료제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비만 치료제는 크게 두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는 한 종류는 식욕을 억제해 많이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종류는 소장 등에서 지방 흡수를 막아서 많이 먹어도 몸무게가 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분명 몸무게 감소 효과가 있기는 하겠지만 부작용 또한 없을 수 없으므로 식사 조절이나 운동부터 시작해 보기를 권장했습니다. 고지혈증 치료제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먹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간 독성이나 신장(콩팥) 등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다른 치료법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치료제나 식사 조절 등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비만인 경우 수술을 하기도 한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물론 박씨가 받을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고도비만은 아시아에서는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김용진 순천향대의대 외과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것은 위를 일정 부분 절제해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다. 많게는 원래 위 용량의 80%까지 제거하기도 하는데, 위 용량이 줄어 많이 먹을 수 없으니 식욕 감소 효과가 뚜렷한 반면 감염·출혈 등 수술에서 오는 일반적인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수술 뒤 위식도역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비만 때문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나이대별로 분석해 보면 박씨처럼 30대가 가장 많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성별 나이대별 비만 진료 인원을 보면 30대가 전체 환자 수의 30%를 차지합니다. 직장 또는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비만에 빠져들고, 아직 20대의 몸매를 잊지 못하다 보니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추정이 있습니다.
박씨는 비만 치료제는 말할 것도 없고 고지혈증 치료제조차 먹지 않았습니다. 병원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대학 때까지는 아니더라도 30대 초반의 몸매를 찾겠다며 저녁밥 굶기와 술자리 가지 않기를 실천에 옮겼다고 했습니다. 박씨는 “친구들은 물론 주변 동료들에게 간이 좋지 않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실제 지방간이 있으니 이는 거짓말도 아니었다. 그 덕분에 술자리에 빠지거나 어쩔 수 없이 갈 때도 술을 먹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15일쯤 지나자 3㎏가량 빠졌습니다. 직장 업무의 특성상 같은 팀이라도 점심을 먹으러 다 같이 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식사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더 유리했습니다. 그는 아침을 다소 든든히 먹고, 점심은 거른 채 오후 3~4시쯤 별도로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과 밤에는 물이나 아주 소량의 과일 등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는 “3㎏ 정도만 줄었는데도 걷거나 달리기를 할 때 무릎에 부담이 없었다. 그래서 평소 가끔 하던 테니스에 더해 시간을 별도로 내서 무턱대고 빠르게 걷기, 달리기 등을 했다. 빠르게 걷기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퇴근길에 1~2시간 걸어서 집에 가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생활을 두 달쯤 하니 12~13㎏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네 달 동안에는 7㎏가량만 줄었습니다. 그는 “여섯달 동안 20㎏을 줄인 것이 뿌듯해 그동안 술자리와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괴로움도 다 잊을 수 있었다”며 “사실 사람들과 스트레스 푸는 시간이 술자리인데 그 자리를 못 가니 그사이 담배가 좀 늘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이 줄어 76㎏이 된 지 1년쯤 지났을 때 그는 회사를 옮기게 됐습니다. 직장을 옮길 때 건강검진을 받아보니 비만에서만 탈출한 것이 아니라 고지혈증, 지방간 등도 모두 없어졌습니다. 혈압이나 혈당치도 모두 정상이어서 예전의 건강을 되찾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옮긴 뒤가 문제였습니다. 같은 업종이었지만 직급이 하나 더 올라 여러 명의 부하 직원과 함께 일을 해야 했습니다. 또 외부 협력사와 만나야 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결국 술자리를 가지 않을 수 없었고, 저녁식사를 하지 않던 습관도 일주일에 2~3번밖에 지킬 수 없게 됐습니다. 운동은 한다고 하는데, 예전처럼 퇴근 뒤 걷기 등은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다시 몸무게가 늘기 시작했고, 지금은 다시 85㎏까지 늘어났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고지혈증이나 지방간이 아직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박씨는 “한번 20㎏을 줄여보니 언제든지 다시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 그런데 술 권하는 사회가 날 돕지 않는다. 그래도 다섯달 뒤를 기대해도 좋다. 또 10㎏ 줄인 75㎏을 보여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비만은 방심하면 다시 따라붙는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평생 적절한 식사와 운동을 챙기면 비만 탈출은 물론 건강도 따라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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